조립컴과 개발자

짜장면과 개발자

일반적으로, '자신이 컴퓨터를 좀 한다' 싶은 사람들 사이에선 거의 공공연히 지켜져 내려오는 불문율이 있다.

1.컴퓨터 견적을 짜주지 않는다.
2.견적을 짜주었더라도 부품을 사다주지 않는다.
3.부품을 사다주었더라도 조립을 해주지 않는다.
4.조립을 해주었더라도 공짜로 해주지는 않는다.

이를 잘 모르고 지키지 못한 경우, 운이 좋다면야 거기서 끝이지만 운이 나쁘다면 일어나는 일들은 끝이 없다. 김군은, 이양의 부탁을 받아 이양의 컴퓨터를 조립해주었다. 이양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없었던 김군은, 적당히 밥이나 얻어먹으면 되겠지, 이정도 해줬으면 여학우들 사이에서 평판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조립을 마쳤다. 허나 세상이 그렇게 쉽다면 저게 불문율이 될까? 이양은 김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내가 걔, 김군에게 컴퓨터 좀 조립해달라고 했는데, 와, 딱 컴퓨터만 조립해주고 윈도만 깔아주고 가더라? 파워포인트나 워드도 없고, 한글도 없고, 야, 심지어는 포토샵도 안깔아주더라. 그냥 딱 컴퓨터만. 진짜, 걘 지가 뭐 대단한거 한다고 나한테 밥도 얻어먹었으면서. 걔가 기껏해야 한건 대충 부품사다가 끼운거 뿐인데, 진짜 애가 완전 무성의해."

얼마 후, 이양은 즐거운 인터넷 라이프를 즐기던 중, 컴퓨터가 급속도로 느려지는 현상을 겪게 된다. 그 때 당장 떠오른 것은 김군의 폰번호. 이양은 울먹거리며 김군에게 전화를 건다.

"김군아, 나 컴퓨터가 이상해. 인터넷도 느리고 그래ㅠㅠ"

"음. 말만 들어선 모르겠는데? 주변 컴퓨터 대리점 같은 곳 알아봐봐."

"싫어. 돈든단말야. 김군아, 니가 와주면 안돼?"

"나 지금 프로젝트 때문에 바빠서 시간이 잘 안나는걸."

이제 이양 주변에서 김군에 대한 평가는 더더욱 망해간다.

"야, 어젠 걔 진짜 웃겼다? 지가 컴퓨터 조립해서 난 진짜 그걸로 아무것도 안했는데 느려졌거든? 그래서 와서 좀 봐달라니까 바쁘다고 대리점이나 가보라는거 있지? 진짜 웃기지 않냐? 자기가 잘못 조립해서 그렇게 된거 아냐. 왜 거기에 내가 돈을 써야되냐? 결국 와서 봐주긴 했는데 졸라 투덜거리더라. 진짜 짜증 완전 팍팍 나서 말야, 정말 싫어 진짜. 그래, 그게 내가 좀 잘못한거라고 해도 걘 지가 조립했으면 좀 책임감 가지고 서비스 해주면 안돼? 밥도 얻어먹었으면서. 진짜 걔 책임감도 없고 성실하지도 않고, 완전 하자야."

&&

이후에는, 전속 A/S셔틀이 되는 길만 남아있다. 욕은 욕대로 먹어가면서. 이게 주변인의 조립컴을 맞춰줘서는 안되는 이유다. 트랙백한 글의 자장면 비유는 일반적인 외부의 시선일 수 있지만, 실제 사실은 저거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게 좋다. 
저런 식의, "뭐 대단한 거 하는 것도 아니면서" 라는 사고방식 자체가 트랙백한 원 글의 비유와 같은 사고방식("그리고 짜장면 시키면 단무지하고 나무젓가락 기본으로 오고 서비스로 군만두 정도 바라는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군만두 서비스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단무지 정도는 말 안해도 갖다주는..")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군, 싶기도 하다. 불쾌한 비유지만 사용해본다면, "계약서에 자장면만을 명시하고 자장면만 만들 정도의 금액으로 계약을 했다면, 그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 자장 뿐이라는 것에 불만을 가질 당위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 또한 재화의 일종이라면, 명시되지 않은 서비스의 요구는 재화의 요구이며, 자신이 낸 돈 이상의 것을 상대가 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거나 비꼴 수는 없을 것이다. 저 비유로 돌아가보자면, 자장면을 시켰을 때 단무지와 젓가락이 오는건 거의 필수지만, 자장면 한 그릇을 시키고 군만두 서비스가 없다고 항의하는 건 도둑놈 심보인 것과 다를 것이 없다.

by 개념없음 | 2009/06/25 02:26 | 트랙백(2)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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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요사한 블로그 at 2009/06/26 01:53

제목 : 사농공상컴
조립컴과 개발자 1.컴퓨터 견적을 짜주지 않는다. 2.견적을 짜주었더라도 부품을 사다주지 않는다. 3.부품을 사다주었더라도 조립을 해주지 않는다. 4.조립을 해주었더라도 공짜로 해주지는 않는다. case.1 취업한 후배에게 전화를 받았다. "오빠. 전데요. 바쁘세요?" 바쁘지 않으니 바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뭔가 장황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대강 들어 보니 신입사원들에게 조별로 주어지는 무슨 프로젝트 같은 게 있다는데, 거기에 들어......more

Tracked from gloridea's m.. at 2009/06/29 01:40

제목 : Gloridea의 생각
'자신이 컴퓨터를 좀 한다' 싶은 사람들 사이에선 거의 공공연히 지켜져 내려오는 불문율...more

Commented by Skibbe at 2009/06/25 03:25
완전 공감,,,당장 윈도우만 밀고 다시 깔아줘도 사용중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제 탓이 되버리죠ㅠ...

그래서...
...항상 하는 말은 네이버에 물어봐,

컴조립? 거 메뉴얼 보고 레고 조립하듯이 하면되,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06/25 04:12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조립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죠.

예컨데 형이 그러는거죠.
'동생아, 형님 여자친구가 컴퓨터를 새로 사려는데 니가 컴공과를 나왔으니 기왕이면 니가 견적 내주고 좀 조립해주면 좋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주먹을 들이대면 힘없는 동생은.... .... ...

제가 그렇게 동생을 부려먹었......




....근데 본문에서 이야기 하려던건 이게 아니었을텐데 죄송합니다. ;;;
컴퓨터 조립 이야기를 보니 문득 그때 일이 생각나서.... ^^;;;
(대학다닐 적에 과내에서는 제가 컴 좀 다루는 사람이라고
여기저기 A/S-_-하러 다녔던 기억도 나네요. =ㅅ=;;;
사실 그 동네 애들이 컴퓨터를 너무 못했던거지만 ;;;)
Commented by 에로거북이 at 2009/06/25 07:45
저는 1,2,3,4 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5. 내가 쓸 컴퓨터 조립도 용산 업체에 돈 주고 맏긴다.
Commented by 해명군 at 2009/06/25 07:57
아니 부품 궁합하고 가격대 성능비 제대로 따져서 업체에 조립비 좀 주고 맡기는 쪽이 확실히 편하고 낫죠 :-) 나이 드니까 확실히 이것저것 귀찮잖습니까.

근데 왜 저는 제가 조립도 안 해준 남의 PC들-그 대부분은 여자분들의. 제 주변 남자들은 99% 공대남이니까-의 유지보수를 하느라 퇴근 후에도 심심하면 메신저로 원격접속이나 하면서 지내야 하는 걸까요. (먼산)
제가 남자면 이런 것도 여복이다 하겠습니다.
근데 저는 여자란 말입니다. OTL

얼마 전에는 아는 언니가 PC 열받는다고 뚜껑을 열고 안쪽에다가 직접 아이스팩을 대는 대 참극을 벌이시는 바람에(머엉).....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6/25 09:19
.....아이스팩...... '아는 언니'라는 사실에 더욱 깊은 절망감이 오는군요. ;;
'아는 동생'이면 뒤통수부터 한대 때리고 시작하겠지만.;;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9/06/25 14:44
대...대단한 사례군요;;
Commented by tomahwk at 2009/06/25 09:02
으아... 완전 공감이네요... 1년전 쯤에 사촌동생 컴터 맞춰줬는데 1년 지나니 ODD부터

시작해서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완전 A/S맨 됐습니다..ㅜ.ㅜ

한번씩 가서 싹 밀고 뒷말 안나오게 하려고 프로그램 이것저것 깔고 하면 기본

3~4시간은 잡아먹는데 그것도 장난아니더라구요....

현재는 하드가 배드먹어서 저는 지지 치고 A/S업체 맡겨 놓아서 발 뺀 상탭니다..

혹시나 저 같은 입장에 계신분들 가까운 A/S업체에 맡기시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ㅜㅜ

Commented by Hyunster at 2009/06/25 09:39
저도 아예 업체에 맡겨버렸는데;; 친구들보면 진짜 여자애들 A/S기사된애들 허다해요-ㅅ-;
Commented by 카군 at 2009/06/25 09:52
흠..이번에 컴퓨터를 조립했는데
케이스에서 조립 방식에 대해서 나와있더군요^^
스카이디지털의 튠업250이라는 케이스였나?
큰 전지 종이에 좀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파워, 하드,. CPU, 메인보드,. ODD 끼는 법까지.
완벽하다고는 못하지만 80%정도는 정확한 측면이 있어서 나름 만족하는데
요즘 케이스가 전부 그런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이더군요.
Commented by 랩하는좀비 at 2009/06/25 10:08
저는 프로그래머지만 컴퓨터 조립을 못한다고 합니다. 이러면 만사 해결. 프로그래밍과 조립은 별개의 얘기임. 음하하 그러면 됩니다(...)

짜장면에 대한 비유는 마음을 비우고 읽으니 그럴만 하군.. 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짜장면에 대해 비유했던 것은 에러지요. ㅎㅎㅎ
Commented by 떠리 at 2009/06/25 10:18
아... 조낸 공감합니다 ㅠㅠ 그리고 굳이 여자가 아니라도 컴퓨터 모르는 사람꺼 조립하는 순간 A/S기사로 돌변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Schlesien at 2009/06/25 11:56
우와 진짜... 미칠듯한 공감
저도 컴퓨터공학과라 여기저기서 저런부탁 많이 듣습니다.
윈도우를 비롯한 다른 응용프로그램들... 유료라는 개념을 몰라요 애들이 -_-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6/25 12:02
저는 그게 현금이든 식사 한끼든 상관없이 대가를 확실히 한 다음에 조립을 해 줍니다..그리고 그런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는 주변 사람을 기억해 뒀다가 A/S 역할도 해 주고 있지요. 대가만 제대로 치러 준다면 뭐..의 상할 일 없이 제가 맡아서 봐 주는 편입니다.
Commented by 승네군 at 2009/06/25 12:54
저도 지금 달린 덧글처럼 덧글달고 싶긴한데.. 이런 측면도 있긴 합니다.
주로 하는 이야기가 컴퓨터 이야기니까 주변사람들이 '와, 쟤 컴퓨터 잘하나 보다' 이런 인식이 생기는거고, 컴퓨터 문제가 생기면 조금씩 물어보다가.. 좀 믿을만 하다 싶으면 a/s기사로 써먹는거구요...

차라리 운동이라던지, (게임기용)게임 이야기라던지, 하다못해 영화(다운받은거 말고)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컴퓨터 a/s기사대신 '동성친구'가 될수 있을지도요...

마지막에 개발자 이야기와 자장면및 서비스 재화 이야기는 심하게 공감가는군요.
Commented by PELL at 2009/06/25 13:04
본문 내용과는 상관없는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대학을 안가봐서 모르겠습니다만, 컴퓨터 조립해주면
저런 똘추같은 경우를 맛보게 되는건가요?
성인일텐데 저런 무개념한 -_-;;...
Commented by Linesys at 2009/06/25 19:50
제가 블로그 주인분은 아니지만 대학생으로써 대답을 드리자면...
대학생이라고 성인이라고 전부 개념이 있진 않습니다.
사회와 비슷한 비율로 무개념 똘추(...)들이 존재합니다.
본문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금연장소에서 담배 피는 사람 꼭 있고
음식 가지고 들어오지 말라는 열람실에 간식 먹는 사람 꼭 있습니다.
Commented by 해색주 at 2009/06/25 13:40
남자나 여자나 배려심 없는 분들과는 상종을 안하는게 좋아요. 최소한의 개념이라도 있다면, 남한테 컴터 부탁하는게 얼마나 성가신줄 알텐데 말이죠. 절대 조립같은 것 안해줍니다. 내것 조립하기도 귀찮은데 왜 남의 것을? 저는 지금도 전화가 와요... 제길...
Commented by Niveus at 2009/06/25 13:43
일단 대가를 확실히 해야합니다.
어짜피 내가 상대랑 동등이거나 위라면 모를까 저쪽이 위라면 답이 없이 해줘야하거든요.
더군다나 예전엔 했었는데 이제 안해준다 라고 하면 그걸로 까는게 사실... OTL
사람이 착해놔서 해달라면 어지간하면 다 해주고 다니지만 솔직히 피곤한게 사실입니다. (그나마 이제 원격이라도 되지 예전엔 왕복 4시간에 갔더니만 셋팅에러... OTL)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9/06/25 14:48
전 이번에 조립해주고 부품 하나 받았습니다;;
바란건 아닌데 시키는김에 제가 필요한 것도 시켰더니 사준다고...;;
Commented by YaHo at 2009/06/25 15:22
저는 어머니 지인분을통해 컴퓨터 조립했는디 감사하게도 필요한프로그램도 설치해주시고 음 근데 저는 죄송해서 컴퓨터라든지 프로그램문제생겨도 연락을 못하겠어요.....OTL
조립해준게 제 친구라도 막 저리는 못할듯..
Commented by 회색사과 at 2009/06/25 17:02
한번 해주면 노비문서에 도장찍는거라죠...

그냥 애초에 컴퓨터 관련 전공이라던가 관심있다던가 하는 얘기는

주변에 안 하는게 나은것 같아요.;.;

구청에서 일하는데 어느날 점심시간 15분전에

컴퓨터 시끄럽다고 먼지 청소해달라고... 진공청소기를 윗층 다른과 가서

빌려다가 청소하고 나니까 청소기 빌려온김에 사무실 청소도 하래서 하고있다가

점심시간이 되니 밥먹고 하라던가 하고 밥 천천히 먹고 오라던가

일언반구 없이 "밥 먹고 올게" 하고 가버리시더라는.;.;

다녀오셔서는

"청소 했는데도 왜 이렇게 컴퓨터가 시끄럽냐?"
Commented by 회색사과 at 2009/06/25 17:04
참. 저는 모 학교 컴공전공중인 학생이고 현재 공익근무요원입니다요.;
Commented by 파벨 at 2009/06/25 17:14
피좀 본후 철칙을 열심히 지키고 있는 a/s맨 한 명 추가합니다..
불문율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죠. 괜히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욕먹고,
설명을 해줘도 배울 생각도 없고..-_-
Commented by 준희 at 2009/06/25 18:30
저도 짜장면 글은 너무 비하시킨것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읽었습니다.
뭐 그사람은 그렇게 보고 적엇다곤 해도 기분나쁘니까요.
Commented by Linesys at 2009/06/25 19:52
아 (...)
그래서 그랬나 (...)

저는 제가 컴 조립 하면서 모르는게 있어서 물어봤는데 참 싫어하더군요 (...)
그리고 대답은 네이버 지식KIN

결국 네이버 지식KIN 보고 조립했습니다 (먼산)
Commented by 금상첨화 at 2009/06/26 00:47
완전 공감합니다.
연관도 없는 자장면배달에 시스템구축을 빗댄것에 뭔가 답답했는데
이 글을 보니 명쾌하네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6/26 01:29
그래서 남의 컴퓨터는 대기업제품 사라고 하고 손뺍니다.
Commented by 카미트리아 at 2009/06/26 19:21
그래서 친척이나 거부할수 없는 사람의 경우 1년 무상 서비스 되는 업체에 주문해주고,
아니면 그 업체 사이트를 알려주죠...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6/27 15:09
지금 보니 군만두 이야기로 같은 말을 쓰신 분이 있었군요. 대부분 비슷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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