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27일
오타쿠 논쟁에 있어 피해갈 수 없는, 싸움을 줄이는 방법
오타쿠는, 한국에서, 특히 '그 바닥'에서는, 디씨의 '막장'과 같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있다. 자기를 막장 막장 한다고, 디씨 애가 정말 그 사람을 막장 취급하지는 않지 않는가. 소위 '동인계'에서 자기를 오타쿠 오타쿠 해도 그렇게 심한 이미지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심하지 않은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으니까.
오타쿠 논쟁(떡밥)은 필연적이라고 할만큼의 확률로 싸움을 불러온다. 어떻게 시작되었건 논쟁의 끝은 이렇게 난다.
"이 편협한 난독증 환자야!"
"일빠 오타쿠새끼들 다 죽여버려야해!"
싸움을 붙이고, 논쟁을 만들고, 여하튼 그런걸 다 하는 나로서는 맞지 않게, 이번에는 오타쿠 논쟁에 있어 싸움을 줄이는 방법을 하나 설명하고자 한다.
장님 두명이 싸우고 있다. 코끼리를 두고 싸우는 모양. 서로 좋게 얘기하다가 급기야는 목을 조르고 머리채를 잡는다. 하도 씩씩거리며 흥분하는데다가 저러다 다칠까 두려워 가서 뜯어말리고 얘길 들어봤더니 가관이다.
"코끼리는 거칠거칠하고 한아름되는 기둥이라고!"
"거칠거칠한건 맞지만 기둥이라기보단 호스지!"
말리러 간 사람이 장님이라면 얘기는 삼파전이 될 수도 있다.
"매끈매끈하고 끝이 뾰족한 원뿔이지 코끼리는!"
오타쿠얘기도 결국 대개 이 맥락에서 얘기되곤 한다.
"오타쿠새끼들 죄다 사회부적응자잖아!"
"안그런 오타쿠도 있다니까?! 문화 소비자, 그리고 분야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인으로서의 오타쿠, 그리고 멀쩡히 사회생활 잘하는!"
"다들 이상하시네요. 저도 오타쿠지만 오타쿠도 보통 사람이예요."
왜 이런 논쟁이 있는거라고 생각하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둘이 생각하는 오타쿠의 정의가 다르니까.
그걸 맞추기 위해 논쟁을 하는게 아니냐고? 유감스럽지만 아니다. 두 부류 다 오타쿠를 일종의 그림으로 인식하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 오타쿠는 사회부적응자로, 피규어 하악하악 포스터 하악하악 세이밥 하악하악 하는 그림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자기 취미에 돈을 쓰고 그 방면에 상당한 지식을 지닌 사람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팬이다. 보면 우습지 뭐.
A에게 오타쿠는 '잘 살아가는 팬'이다. 스스로도 오타쿠라고 칭하고 있다. 근데 B가 와서는 오타쿠는 다 사회부적응자 아니냐고 한다. 그럼 발끈하는거지. 파닥파닥. 이 두사람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대화가 이 수준이기 때문이다.
"오타쿠는 사회부적응자야 이 바보"
"아냐 이 멍청이"
나이를 헛쳐먹었지.
하지만 일반인이 출동하면 어떨까?
일! 반! 인!
......(미안)
(근데 그 '일반인'이라는 단어도 참 우습다. 그럼 동인인은 일반인이 아니라 이반인이냐.)
(어쨌든 편의를 위해 동인계에 속하지 않은 평균적 10-40대 한국 시민을 일반인이라 칭해보자.)
그들에게 있어 오타쿠는 사회부적응자다. 왜냐고? TV에서 그랬으니까.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던 오타쿠에 관련된 내용을 상기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것이다. 잠깐, TV에서 그랬다고 무작정 그렇게 받아들이는건 틀린거 아니냐고? 지는 오타쿠를 뭐 얼마나 비판적으로 필터링하셨길래 그런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오타쿠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 또한 TV에서 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 그냥 막연하게 '아 뭔가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 이정도 뿐이지. 오타쿠 오타쿠 하며 놀다보니 '아 나도 오타쿤가' 하며 가볍게 생각할 뿐이다.
'일반인'이 욕하는 오타쿠가 자기들이라고 생각하니 발끈하는것이다. '동인인'(이 말도 왠지 웃기다)이 호의적으로 말하는 오타쿠가 자기가 알고있는 오타쿠라고 생각하니 일반인이 딴지를 거는거고.
한줄요약:
오타쿠에 대한 개념정의를 확실하게 하고 논쟁을 벌이세요.
ps.
실제로 이건, 오타쿠 논쟁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싸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ps2.
적어도 좀 더 기분 좋은, 최소한 답답하지는 않은 싸움을 할 수 있다.
ps3.
써놓고보니 주제가 왔다리갔다리하네요. 수정은 귀찮고 글쓴의도는 한줄요약을 참고하세요*^^*
# by | 2007/06/27 11:16 | 트랙백 | 핑백(4)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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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에 동감..
받아드리는 대상에 따라서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더군요 ㅎ
잘못 전달해진 외례어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웃기는 것은 일부 개념없는 찌질이들이 자신을 자칭 오덕후라고 말함으로써
다른 일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것은
사실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사실 밖에 나오면 오타쿠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더라고요..
아직 크게 대중화되지는 않은거 같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오히려 저는 요즘 오덕후라는 말보다는 전부터 있었던 메니아 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곤 하니까요!!!
사실 오덕후에 관해 모르는 사람에게 난 오탁후다 오탁후란 일본에서 온 말로~
이런 식으로 설명하다가 일빠취급 당해본적도 많고 ㅡㅡ ㅋ
맞습니다. 결국 똑같은 얘길 다른 방향에서 하는 것일 뿐인 경우가 많아요.
Allenait/
ps3이 아주 큰 비중... 하하
바다키티/
개념없이 아무나 오타쿠를 자칭해서 이미지가 나빠졌다기보다, 애초에 오타쿠는 이미지가 나빴습니다. 일본에서 오타쿠, 그리고 오타쿠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게 상당히 안좋은 사건에서였거든요. 그 이후로도, 많이 순화된건 사실이지만 오타쿠의 이미지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오타쿠에 대한 희화화를 시도하고 있는 '현시연' '전차남'같은 작품에서 보면 오타쿠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지요(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사견으로는, 한국에서는 오타쿠라는 이미지가 상당히 순화되어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미지 말고, 스스로를 오타쿠라 칭하는 계층에서 받아들이는 오타쿠의 이미지가 말이죠. 일반적으로는, 아무래도 여러 시사프로그램에서 일본 자료를 받아와서 방송했기 때문에 일본 일반에서의 이미지 그대로 한국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된걸로 보이고요.
그 이미지대로라면, 오타쿠는 '매니아'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매니악'이 적절한 단어일까?
뭐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오타쿠' 라는 말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네요.
예전 회사에 일본인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그회사를 관둔 이후로도 가끔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이였습니다만<여친이 이곳에 안오길 ㅠㅠ>
그녀가 말하기 오탁후라고 하면 거의 "히키코모리"라는 이미지라고 하더군요 -_-;;
굉장히 않좋은 이미지였던;; 물론 그녀의 주변 일본인들도 그렇게 말했던;;
그녀들의 말대로라면 일본쪽은 오탁쿠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좋지 않았던거 같다는 -_-;;
뭐;;; 그랬었다는 말입니다;;;
대립하고 있는 쌍방의 용어 정의가 서로 다르다니..
개와 고양이가 사이 안좋은 이유랑 똑같습니다.. ㅠ.ㅠ
한국은 애니한편만 보고있으면 오타쿠 (...)
일본은 어느정도 레벨이 쌓여있거나 심취해있어야 오타쿠
라는거 아닐까요.